카테고리 없음

전기차 보조금이 남아돈다…'기현상' 벌어진 까닭 값은 오르고 보조금 줄어

다이아핸드 2023. 7. 20. 08:56

올 들어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남아도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미 하반기에 접어들었는데도 국내 주요 지역 전기차 보조금은 절반도 채 소진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 년도 안 돼 보조금이 동나면서 지방자치단체가 추가경정예산까지 편성해 지원했던 예년에 비하면 딴판이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자동차 대리점 판매직원은 “작년엔 출고 대기 기간이 워낙 길어 보조금을 신청하고도 못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올해는 대기가 거의 없는데도 전기차를 사려는 수요가 확 줄었다”고 했다.

환경부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전국 161개 지자체의 일반 대상 전기차 구매 보조금 소진율(대수 기준)은 19일 기준 44.6%로 집계됐다. 이들 지자체가 민간 일반 물량으로 공고한 6만6953대 가운데 현재까지 2만9874대만 보조금을 신청했다.

지원 대수(3만172대)가 많은 서울·부산·대구·인천 등 8개 광역·특별시와 제주도는 보조금 소진율이 32.2%에 그쳤다. 보조금 조기 소진으로 전기차 구매 자체를 포기한 소비자가 적지 않았던 지난해와 대조적이다. 택시·법인·공공기관 등 일반 물량 외 보조금도 절반밖에 소진되지 않았다.

전기차 판매 속도가 예년 같지 않은 건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올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현대자동차·기아의 전기차 판매량은 7만1240대로 1년 새 8.6% 줄었다. 글로벌 완성차 판매 2위 업체인 폭스바겐은 수요 위축에 따라 이달부터 전기차 생산 규모를 한시적으로 감축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의 독일 엠덴 공장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당초 계획한 생산량보다 30% 가까이 줄었다”며 “인플레이션, 보조금 감소 등으로 전기차 전반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올초 연간 글로벌 친환경차(전기차·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을 1430만 대로 추정했던 시장조사업체 EV볼륨즈는 최근 이 수치를 1390만 대로 낮춰 잡았다.

전기차가 없어서 못 판다던 미국에선 이제 재고 처리가 문제가 됐다. 미국 자동차 시장분석업체 콕스오토모티브에 따르면 6월 말 테슬라를 제외한 미국 내 전기차 재고는 103일분에 달한다. 1년 새 네 배나 늘었다. 콕스오토모티브는 “전기차 판매가 전년 대비 75%씩 성장하던 시절은 이제 끝났다”며 “전기차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은 여전히 높지만 비싼 가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