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차전지에 집중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가 이달부터는 삼성전자를 쓸어 담는 ‘큰 손’으로 돌아왔다. 올해 국내 증시는 개인 투자자의 수급으로 주도 섹터가 결정된 만큼 시장 안팎에서는 개인 투자자의 수급 방향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1~11일)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1위 종목은 삼성전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개인 투자자는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 690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포스코홀딩스가 5875억원 규모 순매수로 그 뒤를 이었다. 기아(3위, 2895억원)와 LG전자(6위, 1575억원) 네이버(10위, 1500억원) 등도 이름을 올리며 이차전지 관련 종목 일색이었던 순매수 상위 종목이 다양해졌다. 개인 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로 주가가 올해만 933.64%나 오른 에코프로(12위, 1283억원)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 ‘국민주’로 불렸던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팔아 치운 종목이다. 개인 투자자는 올해 들어 7월까지 총 10조5818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주식을 순매도했다. 하지만 이달 들어서는 외국인(701억원)과 기관(-8090억원)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가장 많이 사들인 수급 주체가 됐다.
최근 들어 이차전지 관련주 주가 상승세가 주춤한 데다, 하반기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가에서는 이달 들어 삼성전자 목표가를 9만~9만5000원을 제시하며 하반기부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하고 있다.
가장 최근 관련 보고서를 낸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3분기 매출액이 전 분기 대비 11% 상승한 66조9000억원, 영업이익은 지난 2분기보다 653% 늘어난 5조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봤다. 박 연구원은 “반도체 디램(DRAM)에서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될 것”이라며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기술 경쟁력도 재부각돼 하반기 주가 강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HBM은 디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차세대 디램 제품이다. 챗(Chat) 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확산하면서 주목받고 있다.
에코프로의 매수세도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1일 에코프로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에 포함되면서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발표하는 MSCI 지수에 편입되면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파생상품의 자금 유입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유진투자증권은 에코프로가 MSCI 편입 효과로 약 1조2790억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