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월가가 인공지능(AI) 열풍의 또 다른 반도체 수혜주로 '마벨 테크놀로지'를 지목했습니다. AI 가속의 핵심 반도체인 그래픽처리유닛(GPU)을 만드는 엔비디아가 지금 당장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엔비디아를 놓친 투자자들은 마벨을 대안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겁니다.
마벨 또한 엔비디아처럼 반도체 설계 기업입니다. 다만 이 회사는 중앙처리유닛(CPU)이나 GPU 같은 제품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탑재된 무수한 반도체들의 데이터 전송을 원활히 하는 칩을 만든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 차이점이 마벨을 또 다른 'AI 수혜주'로 만들어줍니다.

나스닥에 상장된 마벨의 주가는 지난달에만 61% 이상 상승해 2001년 이후 최고의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발표한 실적도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실적 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매튜 머피 마벨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2억달러에 이른 AI 매출은 내년 4억달러 이상으로 두 배 증가할 것"이라며 "2025년 회계연도에선 또다시 두 배 늘어날 것이다"라고 예측했습니다.
마벨은 1995년 창업한 미국 반도체 기업으로, 주력 분야는 데이터 저장(스토리지), 통신, 시스템 온 칩(SoC) 설계입니다. 이 회사가 만드는 반도체는 특히 데이터센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습니다. 데이터 저장 장치인 SSD나 HDD의 컨트롤러, 각 칩 사이의 데이터 통신을 처리하는 칩 등을 설계합니다.
이 가운데 '칩 통신'은 AI 처리에서도 매우 중요한 기능입니다. 통상 GPU가 AI 모델의 처리를 가속할 때, 거대한 모델의 용량을 담아둘 데이터 저장 공간이 필요합니다. 이 역할은 다양한 메모리 칩들이 맡습니다. 따라서 메모리 칩과 GPU 사이의 데이터 통신을 최대한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AI가 원활히 구동될 수 있다고 한다.
마벨은 이런 역할을 중점적으로 맡는 칩인 데이터 프로세싱 유닛(DPU)을 만들어 데이터센터에 납품합니다. 이 칩은 데이터 처리를 원활히 할 뿐만 아니라, 데이터센터의 '엔진'인 중앙처리유닛(CPU)의 부담도 덜어줘 전체 서버 전력 소비도 줄입니다. 현재 AI 및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율 문제로 각국의 환경 오염 우려가 크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GPU나 CPU만큼이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칩입니다.
이런 DPU를 만드는 회사가 마벨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사실 마벨이 데이터센터 스토리지·통신 솔루션 기업으로 떠오를 무렵, 이미 마벨의 라이벌 격인 기업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그 중 대표적인 회사는 '멜라녹스'와 '자일링스'입니다.
세 회사는 데이터센터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2010년대의 대표적인 성장 기업으로 떠올랐으나, 현재는 마벨만 남았습니다. 이 또한 AI 반도체센터의 잠재력을 미리 알아본 빅테크들의 신속한 인수합병 활동으로 인해 벌어진 일입니다. 멜라녹스는 2020년 70억달러(약 9조원)에 엔비디아에 매각됐고, 자일링스는 무려 490억달러(약 64조원)라는 금액에 AMD의 계열사로 합병됐다고 한다.